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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피상에서 훔데까지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물을 끓이는 장작불 앞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오늘의 일기를 쓴다. 여기는 훔데Humde의 한 작은 식당. 눈이 펑펑 내리는 길을 두 시간 남짓 걷다가 당도한 이 마을에서, 첫 번째로 눈에 띈 이 식당에 들어오게 되었다.
친절한 주인 부부가 장작불을 때고 있는 이 주방으로 내가 들어오도록 허락해주었다. 처음에는 차 한잔 마시고 떠나려 했던 내 마음이, 젖은 옷가지와 장갑을 말리다 보니 이른 점심을 주문하게 되고, 마침내는 트레커들이 보통 머무르지 않아 보이는 이곳에 숙박할 수 있는 방이 있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이제 3일을 걸었을 뿐인데 벌써 몸이 지친 것인가, 아니면 이곳이 너무 포근하여 떠날 수가 없는 것인가. 아무튼 나는 오늘 하루를 일종의 고도 적응일로 정하자고 나 스스로와 타협하고는, 이 작은 마을에서 장작불을 지켜보며 하루를 흘려보내기로 했다.
난 마치 이곳에 늘 있었던 사람처럼 나무 장작을 만지며 끊임없이 불을 때고 있다. 젖었던 옷가지와 장갑은 어느새 바싹 말랐고, 한기가 들었던 몸도 어느 정도 데워졌다. 생강차를 시켰더니 주인아주머니가 잘 말린 생강을 손수 갈아 차에 가득 담아 내어주었다.
밖을 바라보니 눈이 그칠 듯하면서도 그치질 않는다. 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군의 풍경을 내일 아침에는 감상할 수 있을까?

고도가 높은 산에서 잠을 자다 보면 가끔 숨이 막히는 느낌에 잠에서 깰 때가 있어. 잠에서 깬 나는 빠르게 깊은 숨을 몇 번 들이마시고, 그러다 보면 안정이 되어 다시 잠에 빠져들지.
이곳은 우리가 살던 바닷가보다 공기 속 산소가 부족하다나 봐. 그래서 아직 이곳 환경에 적응되지 못한 내 몸이 더 많은 호흡을 필요로 하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