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서킷2023. 3. 9사진 6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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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낭으로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눈이 그치고 맑은 하늘이 돌아왔다. 새벽 5시경 잠에서 깨어 문밖에 나갔을 때 바라본 그 풍경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보름달의 빛을 반사하여 환하게 빛나는 설산의 풍경. 난 손전등도 없이 마을 주위를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아침 해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점심으로 먹었던 네팔식 수제비, 뚝바를 오늘 아침에도 주문해 먹고 마낭Manang을 향해 걸었다. 좋은 날씨와 풍경 덕택에 걷는 길은 너무 즐거웠다.

마낭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엔 근처의 전망대, 총롱 뷰포인트Chongkor Viewpoint에 올라 경치를 구경했다. 강가푸르나 빙하를 눈앞에서 보고, 마낭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1박을 할까 2박을 할까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통 마낭에서 고도 적응 차 2박을 한다지만 난 어제 훔데에서 계획에 없던 하루를 쉬었으니 이대로 전진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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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안전하게 끝내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종종 충돌한다

내가 계획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났을 때

그 길을 한번 가볼지 말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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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야생 독수리를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어. 너희도 그런 순간이 있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숨을 멈추게 되는 순간 말이야.

겁은 나지만 그 거대한 독수리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오히려 그 독수리가 나를 피해 달아나더라.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조심하라 하지만 그 동물들에게는 우리 사람이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존재인가 봐.

아무튼 독수리 무리가 있던 곳을 가보니 죽은 야크가 그곳에 있었어. 너희도 알지? 독수리는 주로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잖아. 그러니 살아있는 우리는 잡아먹지 않을 거야. 안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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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희는 부끄러워하겠지만, 나는 어떤 웅장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 그 앞에서 쉬를 하고 싶어진다.

이것도 어떤 동물적 본능의 하나인가. 이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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