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초 호수2023. 3. 11사진 6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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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초 호수와 시르카르카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어젯밤은 고산증세 때문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마치 밤을 새운 듯한 기분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짐을 가볍게 챙기고 주방으로 들어가니,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요청해둔 삶은 감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원래는 도시락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따뜻할 때 먹고 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감자를 까고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금기 없는 감자를 먹다 보니 목이 메었다. 결국 남은 세 개는 포일에 다시 싸서 배낭에 넣고, 아직 동트기 전 어두컴컴한 길을 나섰다.

급하게 감자를 먹고 오르막길을 걸은 탓인지, 아니면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오늘따라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힘이 들었다. 꼭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고 숨 쉬는 것이 불편했다.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몇 모금 마셨더니 트림이 나오고 속이 조금은 편해졌다.

틸리초 호수에 도착하기 위해선 베이스캠프에서 800m를 더 올라야 했는데, 얼마 전 내린 눈에 어제 밤 내린 눈이 더해져 길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조금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눈으로 덮인 경사 길은 조심스럽지 않으면 계곡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 위험해 보였다. 혼자서 눈 길을 걸으며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혼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두려웠다.

틸리초 호수는 나타날 듯하면서도 나타나지 않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난 몇 번을 뒤돌아보길 반복하다가, 조금만 더 가보자 하며나 자신을 다독였다. 지난 며칠 동안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항상 즐거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조차 없이 앞만 보고 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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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919미터에 있는 틸리초 레이크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

마침내 아빠가 이곳에 갔을 땐

호수가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여서

그 예쁘다는 푸른 색상의 호수 물은 볼 수가 없었어

아무튼 아빠는 그 당시 지치고 두려웠기 때문에

그 경치를 감상하기는커녕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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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는 성취감 이외에도

더 많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도전은 필연적으로

어떤 형태의 긴장감이나 두려움을 동반하게 되지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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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limatization

어클리머타이제이션. 고도 적응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데 뭐가 길고도 어렵지? 아빠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단어인데 여기 와 있다 보니 금방 외워지더라. 다들 이 단어를 수없이 많이 말하니까.

고산에서의 산행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도 적응을 잘하는 거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해. 그래서 잠자기 전에 숙소 근처의 조금 더 높은 고지를 일부러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하지. 그렇게 함으로써 고도훈련을 하고 밤을 좀 더 편하게 보낼 수 있다나 봐.

그런데 재미있지 않아? 똑같은 고도에서 잠을 자더라도 낮은 곳에서 올라온 직후에는 높은 고도라도 느껴지던 것이, 더 높은 곳에 잠시 다녀옴으로써 이곳을 편안한 고도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몸도 마음도 그렇게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사실 이곳의 환경이 아니라, 아직 지난 환경에 머물러 있는 내 몸과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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