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롱라 패스2023. 3. 14사진 5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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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롱라 패스를 넘다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어제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고산증세 때문일 수도 있고, 오늘 토롱라패스를 넘는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설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뜬 밤을 지새우면서, 정작 여행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것일까.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만 생각하며 지내도 괜찮은 것일까.

새벽 5시경 일어나 침낭을 정리하고 배낭을 싸는 동안, 밖에서는 이미 토롱페디로 향하는 트레커들의 불빛이 보였다. 가이드를 이끌고 움직이는 그들을 보니 오늘의 이동 경로가 안전하다는 신호로 느껴져서 안심이 되었다.

레타르에서부터 자연스레 한 팀이 된 친구들 - 뉴질랜드 출신 닉, 스위스 출신 마틴 - 과 함께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했다. 포터와 함께 트레킹 중인 미국인 알렉시는 이미 떠나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다 보니 추위는 금세 잊혔다. 토롱라패스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한 것인지, 사실 오늘의 코스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동안 고도 적응도 어느 정도 된 덕분인 것 같다.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토롱라 패스를 넘다 본문 사진

토롱라패스에 도착한 우리가

(약간은 과장된 제스처로) 포옹과 악수를 하며 함께 축하한다.

(많은) 사진을 찍는다.

아마도 이곳은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아빤 아직 갈 길이 먼 느낌인걸.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토롱라 패스를 넘다 본문 사진

여기서 만나는 서양 사람들의 운동 경력을 들여다보면, 울트라마라톤, 산악마라톤, 철인 3종 선수 등 제법 쟁쟁한 이력의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그들도 피해 갈 수 없는 게 있었으니, ‘비스따리, 비스따리’.

네팔어로 천천히 가라는 뜻이지.

3000m 이상의 고지에 접어들게 되면 더 이상 하루에 500m 이상 고도를 올리는 것을 권하지 않아. 우리 몸이 고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고산증세를 예방하기 위해서지.

그래서 더 갈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사람도 멈추어야 하고, 더 빨리 갈 수 있는 사람도 천천히 속도를 맞추게 돼. 결국 모두의 이동거리가 비슷하게 되지. 이렇게 고산지대에서 우리는 지난 시절의 경쟁심을 버리고 화합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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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롱라패스를 지나고 나서는 묵티나트Muktinath까지 긴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올라갈 때 만큼이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마침내 도착한 묵티나트는 불교와 힌두교의 성지로, 많은 순례자들로 인파가 이어져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함께 걷던 일행을 따라 '밥 말리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또 다른 종류의 인파에 놀라게 되었다. 마치 우리를 비롯한 트레커들이 모두 이곳을 찾아온 듯했다.

일정이 짧은 트레커들은 오늘 토롱라패스를 넘기로 계획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서 맥주, 와인, 위스키를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산속에 있던 그동안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오늘은 나도 이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 결국 피자 한 판과 함께 네팔 맥주를 한 잔 주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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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를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고,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들 역시 이 자연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어도 될까. 그럼으로써 우리가 우리를 완전히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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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깨달음이 필요한 거겠어.

가끔 느끼게 되는 것은

내가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난 단순한 하루를 원한다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