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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에서 지누단다까지
안나푸르나에서 보내는 편지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어제는 늦은 밤까지 눈이 퍼부어서, 아침에 이렇게 풍경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뷰포인트로 올라가자 안나푸르나 산군의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안나푸르나 서킷에서 이미 좋은 풍경을 다 누렸다고 생각했는데, 난 다시 한번 이 새로운 풍경에 감동한다.
멍하니 경치를 감상하다가, 누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어제 MBC에서 헤어졌던 제롬이 와있었다. 새벽 4시부터 MBC에서 출발해서 올라왔다고 했다. 어제 데우랄리에서 출발해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오지 못했던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시 만난 것이 무척 기뻤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국분들께 작별 인사를 했다. ‘혜초여행사’라는 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통해 오신 분들이었다. 그 중 한 어르신은 가지고 계신 커피믹스 네 봉지 중 세 봉지를 나에게 주셨다. 여기선 소중한 것이라 몇 번이나 고사하려 했지만, 결국은 그분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들이며 감사히 받았다.
하산길은 알렉스와 둘이서 걸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반가운 얼굴, 준뻬이를 만났다. ABC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포옹을 하고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앞으로의 일정이 서로 나뉘게 되어 아마 오늘이 이번 여행에선 그와의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렉스와 나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걸은 끝에 지누단다Jinudanda라는 곳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하루만에 무려 30km를 걸은 것이다. 끝없는 하산길에 마침내 내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히말라야 트레킹 이후 처음이다.
우린 여기서 온천을 하고 하루를 쉬어 가기로 했다. 내일 알렉스는 포카라로 이동하고, 난 마지막 트레킹 일정인 마르디히말로 향할 예정이다.


안나푸르나,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 마나슬루, 출루 등등 수많은 안나푸르나 산군의 봉우리 이름들을 기억하려 애쓰다 문득,
‘뭐가 중요한가. 그냥 즐기면 되잖아!’
그래서 여기 사진엔 친절한 봉우리 이름 설명 따위는 없다.
어차피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으니까.


누가 너에게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거든
네 주의력이 산만큼 크고 좋다는 뜻으로 멋대로 이해해버려라
주의력이 좋아서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에 민감하다고 말이야
집중력은 한가지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힘이지만, 주위의 변화에 무심하지
늘 깨어 있다는 것은
한가지 무언가에 집중하면서도 주위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일인 것 같아
깨어있음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