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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가 않다
자라고 싶은 아이, 아이이고 싶은 어른 전반부를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난 자꾸 앞서려고 했다 그걸 알아차리고 걸음 속도를 늦추었다 건욱이를 앞세우고 뒤따르든지 아니면 나란히 함께 걸어야 했다 건욱이 스스로가 여행의 주체여야 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려놓는다 이번 여행은 내가 하는 여행이 아니라 함께 하는 여행 사실 그보다 더 건욱이에게 첫 여행의 순간을 양보하는 자리 난 그냥 공기이거나 바람이어야 했다 내려놓으면 사실 모든 과정이 축복이자 선물이라는 누군가의 말 이 맞았다 내가 여행을 리드하고자 하는 욕구를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여행의 순간순간을 더 즐길 수 있었다
건욱이가 스스로 길을 찾기 시작하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내 뒷걸음만 쫓는 길이 아니라 이젠 스스로 올레길의 이정표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다
건욱이의 걸음이 느려졌다면 그건 나에게 주위 풍경을 더 감상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건욱이가 직접 돈 관리를 하니 가게가 보일 때마다 군것질거리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고 사 먹을지 말지를 스스로 고민하는 보습을 보였다 막상 건욱이가 사 먹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는 그게 아침밥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이든 빼빼로 세 통이든 난 상관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밥인가 놀이인가 설사 감귤로 점심을 때우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재산을 탕진하는 경험을 더 이른 시기에 해볼 수 있다면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 아닐까
이 시절 제주도에는 감귤이 흔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든 붕어빵을 사 먹든 심지어 그냥 길을 지나치는 와중에도 우리를 붙잡고 감귤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친절 한 어른들을 쉬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확신 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내려놓아라 나의 마음을 더 내려놓아라 나는 그저 너를 감싸는 하나의 바람이 된다 공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