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그곳사진 7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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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캔슬 이야기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아빠의 이야기

리카르도 김 사장님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Sol 골동품 가게에서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다만 예전의 멋졌던 장발의 묶음 머리는 이제 없다). 왜 이곳을 못 찾고 어제오늘 그렇게 헤매었던 건지, 지금 와보니 이 주위의 풍경이 명확하다. 근처의 시끌벅적한 작은 광장과 거리. 잊고 있었던 그때의 거리가 다시 기억 속으로 돌아왔다.

사장님은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전거 여행을 떠나던 당시 인터뷰했던 교민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두고 계신다고 하셨고, 심지어 우루과이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소식도 당시 신문 기사를 통해서 들었다고 하셨다 (우루과이에서 자전거 도둑맞은 이야기가 이곳 신문에 기사화되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오늘 저녁에 신문기사 스크랩을 찾아보겠다고 하시는데, 나도 보지 못한 그때의 기사를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반가움이 앞서 리카르도 김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오기 전까지 싱가포르에서 온 한 고객과 상담 중이셨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다시 말씀을 나누시라고 하고는 내일 가족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땐 혼자였지만 11년이 지난 지

금 난 가족과 함께 이곳에 다시 왔다고, 그때 여행을 마치고 나서 꼭 한 번은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에서야 돌아왔다고, 함께 담배를 피우며 그런 얘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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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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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좀 못 되어서 공항에 들어서는데 인산인해로 북새통이었다. 원래이 공항은 이렇게 복잡한가? 줄지은 기자들도 보였다. 오늘 어디서 유명인이라도 오는 건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우리는 아르헨티나 항공 체크인을 위한 줄을 찾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행 스케줄 모니터를 확인하고는 멍해졌다. 우리 항공편, 우수아이아로 가는 비행기가 캔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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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행기 캔슬까지. 여행 중엔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자주 온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 대충 상황을 파악해 보니 문제는 항공사의 파업. 오늘 갑작스러운 파업으로 줄줄이 항공편 캔슬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항에서 해당 항공사 직원은 찾아볼 수가 없고 콜센터마저 불통이다. 사람들은 모두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일단은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다들 공항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파업하는 이유가 뭐지? 아니, 이유는 둘째치고 그럼 우리 비행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혹시 오늘 이대로 비행기를 못 타게 되면 예약을 잡아 둔 우수아이아의 숙소는 어떻게 하지? 오늘 숙소는 다시 알아봐야 하나? 곧이어 메일함을 열어보니 항공편 변경에 대한 안내 메일이 와있었다. 내일모레로 항공편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떻게든 상황 파악을 좀 더 해보려고 세계 각국의 아르헨티나 항공 콜센터로 연락을 취해보지만, 여전히 불통.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말을 걸어 물어보니 일단은 기다려보는 게 상책이란다. 본인도 이 파업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른다고 하니 모두가 답답한 상황이었다. 내 뒤의 브라질 남자는 우루과이로 가는 경유 편에 발이 묶였다. 불과 두 시간 전엔 아무 문제 없이 비행기를 탔는데 지금 자기 짐도 여기 갇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단 우수아이아 숙소에는 상황을 설명하고 숙소 일정을 변경하는 걸로 얘기가 잘 되었고, 그다음 걱정은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냥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나야 하나, 일단 상황이 바뀔지 모르니 기다려봐야 하는 건가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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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이 상황 따위 개의치 않는 듯 즐거워 보였다. 내가 아이들을 화장실에 데려가며 얘기를 나눠보니, 솔이는 자기 똥이 왈라비똥처럼 동그랗게 나왔다며 너무 즐거워하고 있었고 (이건 변비다 솔아..), 건욱이는 비행기 아저씨가 왜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했다.

“아빠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게” “해봐” “가끔 건욱이가 사탕 달라고 조를 때 있지, 그때 아빠가 밥 잘 먹으면 줄게 하잖아” “그렇지” “근데 가끔 건욱이가 사탕 두 개를 받고 싶어서, 사탕 한 개만 주면 밥 안 먹을 거야, 사탕 두 개 줘, 뭐 이럴 수도 있잖아. (잘 안 그러지만)” “응” “지금 이 비행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런 거야. 사탕 두개 달라고 안 먹고 버티는 거지” “거짓말하는 거야?” “그렇지, 실제로 일을 안 할 마음은 없는데 사탕 두 개 준다고 할 때까지 버티고 있는 거야” “(씨익)” 건욱이는 이해한 듯 보였다.

나중에 저녁 여섯 시쯤이 되어서야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렸고 마침내 파업 협상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뒤에 있던 브라질 남자에게 들을 수가 있었다. 만세!

하지만 그 뒤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는데, 인산인해 속에서 어찌어찌 줄을 찾아 섰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자리를 잡고 앉은 항공사 직원과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가장 빠른 우수아이아 비행편은 내일모레 오전 7시. 보상 요구를 했더니 웹사이트 들어가서 하라고 했다. 더 말씨름 하지 말고 일단 새로운 일정의 보딩패스를 들고 가족을 향해 철수.

오늘 모두 수고했다. 이제 이곳을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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