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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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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 차
여기서 두 명의 친구를 만났다.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나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잔 친구들이다. 이 두 명과 아침에 인사를 나누다 얼떨결에 바다를 보러 함께 가게 되 었다.
줄리아노는 28살. 어머니가 사는 집이 이 근처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여기서 잠을 잔 것인지는 모르겠다.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잠시 일을 하다 어제 이곳에 도착했고, 다시 조만간 상파울루를 향해 떠 날 거라고 했다. 굉장히 쾌활한 친구였는데,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손짓을 동원하여 설명해주기도 하고 말을 또박또박 천천 히 해 주기도 했다.
마르코지는 38살.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은 여행 중이라고 했다. 아이가 두 명 있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바다까지는 거리가 9km 정도로, 걷기에 가까운 길은 아니었다.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다행히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줄리아노의 친구가 차를 가지고 있 어서 우리는 그 차에 함께 타 편안히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바닷가 근처에 있다는 줄리아노의 어머니 집에 먼저 들렀 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줄리 아노의 어머니는 내 여행 얘기에 굉장히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녀가 던지는 질문의 홍수 속에서, 난 내 새 여권을 꺼내 보이며 그 녀를 안심시켰다.
이후 우리는 바닷가로 갔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해변이었다. 그곳은 매우 한적했고, 드문드문 낚시하는 사람과 서핑을 하는 남자 한둘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줄리아노가 집에 바지 여분이 있다고 하여, 그의 반바지를 바꿔 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그다지 깊지 않았지만 파도가 너무 거세어서 제대로 수영을 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한동안 그곳에서 물 장구만 치다가 나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저 멀리까지 이어진 해 변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조용한 가운데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 렸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다시 줄리아노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정원에서 줄리아노에게 카포 에이라를 배웠다. 그는 카포에이라를 8년 동안 배웠다고 했다. 익숙지 않은 형태의 동작을 익힌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그것은 마치 춤과 같은 아름다운 동작이었고, 동시에 공격적이었다. 그가 먼저 하 나의 기술을 선보이면 내가 뒤이어 따라 했다. 그가 먼저 날 공격하는 시범을 해 보이면 뒤이어 내가 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해보았다. 숨이 찼지만 즐거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새 로운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침내 둘 다 완전히 지쳐 주저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 음을 지었다. 정원에서 웃통을 벗은 채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줄리아노의 어머니가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며 우리를 불렀다. 꽤 늦은 점심인 데다가 몸을 움직였던 탓인지 허기가 졌다. 식탁에 앉아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그런 나를 줄리아노의 어머니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지켜봐 주었다.
줄리아노의 어머니와 따뜻한 포옹을 하고 집을 나섰다. 슬슬 돌아 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라랑구아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줄리아노가 느닷없이 나에게 마리화나를 피우겠냐고 물었다. 난 "No"라고 답했고, 줄리아노와 마르코지는 으 슥한 수풀에 숨어 들어가 연기를 뿜어댔다.

곧 그 둘이 내게 다시 돌아왔는데, 줄리아노는 더 이상 아까의 웃 음기 있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불명확한 발음으로 어눌하게 이야기했고, 눈은 마치 성난 듯이 부릅뜨고 있었다. 여태껏 마리화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나를 즐기는 많은 이들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취해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그가 숙소로 돌아가면 갚아주겠다며 10헤알을 급하게 빌려 갔고, 내 바람과 달리 그는 또다시 마리화나를 사 왔다. 그마저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나에게 자기 어머니가 준 마테차 도구를 사지 않겠냐고 제의해왔고, 내가 거절하자 그걸 팔러 가는 건지 어디론가 사라 지고 말았다.
마르코지와 내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마르코지가 사실 그는 지금 헤로인까지 한 상태라 더 많이 취해 있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가슴이 아팠다. 무엇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그를 저렇게 만든 걸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던 나를 자책했다. 게다가 나는 그걸 사기 위한 돈까지 빌려주었던 게 아닌가. 하지만 난 오늘도 그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오늘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만, 아 직 난 그들의 생활에 간섭할 수는 없는 한낱 이방인일 뿐이었다.
마르코지와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먼 길이었기에 몇 번 히치하이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우 린 걸음을 계속 옮기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곧 어둠이 찾아왔다. 그가 걷다 지쳤는지 잠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카샤사를 한잔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우리는 2헤알로 카샤사 한 병을 샀다. 매우 독한 술이었다. 그가 브라질에서 까샤사는 매우 대중적인 술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린 그 술을 한 잔씩 비우고 다시 길을 걸었다.
아라랑구아의 근교에 다다랐는지 가정집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 했다. 그때부터 마르코지는 집집마다 돌며 동냥을 하기 시작하더니, 한 집에서 1헤알 지폐를 받아 와 나에게 건네었다. 아까 카샤사를 사기 위해 내가 돈을 지불했기 때문인 듯했다. 내가 돈은 필요 없으 니 그냥 계속 걷자고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그가 동냥하며 나를 몇 번씩이나 가리키는 것을 보니 내 상황을 얘기하며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듯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브라질이라고, 그들은 무 언가를 베풀면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그는 계속해서 동냥을 했다. 나는 서둘러 이동하자고 그를 재촉하 다가 언제부터인가 더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그에게서 멀찌감치 앞 서 걸어가다가 그를 기다리고, 그가 다가오면 다시 부지런히 걷기를 반복했다.
조금 있다가 이번엔 그가 4헤알을 가져왔다. 나는 그가 건네는 돈 을 다시 받지 않았고, 대신 그 돈은 우리의 담배 한 갑을 사는 데에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쓰였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가 한낱 방청객일 뿐임을 느꼈다. 나는 그들의 생활방식에 관여할 수 없었고, 다만 지켜보는 자였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그는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했고, 많은 이가 주저 없이 그를 돕는 모습을 보았다. 그를 지켜보는 것보 다 그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곳 사람들의 사는 방식을 생각했다.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려 아라랑구아의 센트로에 도착했다. 마르 코지는 카샤사를 중간중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상기된 얼굴로 자꾸 주위 사람들을 집적대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이 그를 피해 도 망갈 때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그가 계속해서 시간을 지체하자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마치 오늘 숙소로 돌아가는 일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난 왠지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였다.
몇 번을 그에게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말을 하다, 결국 나는 혼자 서라도 먼저 가기로 했다. 길을 걷고 있는데 그가 곧 뒤따라왔다. 그리고 불평하듯이 무어라고 계속 말을 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 다. 어쨌든 나는 적당히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들을 무시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노숙자를 위한 무료숙박시설인 ‘Albergue Sao Marcos’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벨을 누르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에야 그쪽에서 문을 열어 주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 숙소는 저녁 6에서 9시 사이 에만 입장이 가능했다.
혹시나 하였지만, 역시 줄리아노는 숙소에 없었다. 숙소에서 배려 해주어 샤워 후 닭고기와 파스타가 들어간 따뜻한 수프를 먹을 수 있었다.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잠을 청하려는데 정작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끝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39일 차
이곳에서 하룻밤을 더 묵기로 했다.
건물을 나와 근처의 바에 들러 마르코지와 당구를 친 후(어제 티 격태격하면서 나름 정이 많이 든 것 같다), 건물 밖에 나와 앉아있 는데 누군가가 내 모자를 툭 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줄리아노가 씩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Lee!”
어제의 그 활기차고도 편안한 웃음이었다. 반가웠다.
짐을 숙소에 맡기고 세 명이서 같이 길을 걸었다. 줄리아노는 어제 빌려 간 돈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 나에게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어제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약은 너 자신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부족한 스페인어와 몸짓으로 그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려 애썼다. 그가 이내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자신도 알고 있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그는 생각보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마르코지는 아침부터 술을 찾으며 나에게 카샤사를 사기 위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내가 더는 그런 돈이라면 빌려줄 수 없다고 하자 또 떼를 쓰듯이 주저리주저리 얘기하기 시작했고, 줄리아노는 그런 그를 달래기 위해 나 대신 노력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술통에 술 대신 물을 따라주었다. 이렇게 순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면서 어 젠 왜 그렇게도 취해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르코지는 잠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동전 몇 개를 동냥해 결국 술로 술통을 다시 채워 돌아왔고, 우린 어제처럼 나란히 길을 걸었 다. 하지만 오늘은 목적이 없는 길이었다.
길을 걷다 한 아름다운 강가에 닿았다. 나무로 된 작은 선착장에 앉아 조용히 흐르고 있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르 코지는 우리를 강가에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한 집의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 점심밥을 동냥해왔다. 아무튼 이런 쪽으로는 수완이 좋 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정처 없이 어슬렁거리다 한 버스터미널 앞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마르코지가 날 자꾸 어디로 데려가려 했다. 난 결국 영문도 모른 채 그에게 이끌려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가 매 니저로 보이는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우리가 주문하지도 않은 두 접시의 음식이 곧 식탁 위에 놓였다. 내가 놀라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그가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 어제도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이다.
“De graca! De graca (공짜야) !”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나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러면 서 생각했다.
‘이 세계를 내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나.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마르코지가 자전거를 타는 두 명의 청년을 보곤 그들을 불렀다. 한동안 그들과 이야기하더니 나에게 돈 5헤알을 빌려달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또 마리화나였다.
나는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르코지는 지금까지 그랬듯 끈질기게 매달렸다. 열 번을 넘게 "No"를 말하다 나는 그냥 자리를 옮겨버렸다. 그러자 마르코지와 줄리아노는 내가 있는 곳으로 따라 왔다. 이번엔 줄리아노가 날 설득하려 했다.
내가 줄리아노에게 물었다. 왜 마리화나가 필요하냐고. 그들은 나에게 왜 돈을 빌려줄 수 없는 건지를 물었다. 난 어제처럼 너희가 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적어도 그런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려주는 일은 다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긴 시간의 대화(혹은 대치) 끝에 우리는 평화를 되찾았다. 자리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줄리아노가 몇 시인지를 물었다. 아직 오후 3시 반. 숙소가 문을 열기까지 두 시간 반이 남 아있었다. 그들은 무료한 듯 보였다. 어쩌면 목적 없는 하루하루가 그들을 마약에 취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어서며 당구나 치러가자고 제안했다. 돈은 내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 같이 일어나서 숙소 근처의 바 (Bar) 로 발걸 음을 옮겼다.
한편, 마르코지는 마치 자신이 살아가는 이 브라질이란 세계를 어 떻게든 나에게 이해시키겠다는 듯이 가는 길에 또 한 번 사라지더 니 금방 한가득 음식을 더 가져왔다. 난 이미 굉장히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오늘처럼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 또 있겠냐 하고 생각하며 그 접시에 담긴 치킨을 뜯었다.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40일 차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나 이렇게 세 명은 같이 숙소를 나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줄리아노는 상파울루를 향해, 나도 결국은 그곳으로 가야 하지만 일단은 플로리아노폴리스를 향해, 그리고 마르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린 잠깐 히치하이크를 시도하다 그게 잘 안되자 오솔길로 들어와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마르코지는 한동안 우리와 함께 걷는가 싶더니 결국 우리보고 먼저 가라고, 자신은 그곳에 남겠다고 했다. 이유는 역시나 오늘도 카샤사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결국 줄 리아노와 나 둘이서만 길을 걷게 되었다.
다음 주유소까지 걷는다는 것이 어느새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비가 내렸고, 흙으로 된 길은 빗물에 질퍽질퍽해져 걷기가 쉽지 않았 다. 우린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 상파울루에는 일하러 가는 것이지만 그건 또 다른 여행을 위 한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 주유소에서 한동안 히치하이크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줄리아노는 길을 더 걷자고 나를 재촉했다. 나를 줄리아노와 함께 걷도록 한 이 상황은, 나에게 걷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점점 더 걷기보다 히치하이크로 편하게 이 동하는 게 익숙해지는 나를 붙잡아주기 위한 것이었을까? 그런 생 각이 들었다.
줄리아노는 길을 걷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레스토랑을 방문해 그 곳의 남은 음식들을 두 번에 걸쳐 동냥해왔고,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일반 가정집에 들러 한 번 더 음식을 동냥했다. 난 어느새 많이 익 숙해진 듯했다. 그저 감사해하며 그것들을 받아 배를 채웠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비가 내린 길을 걷다 보니 흙탕물이 튀어 내 바지가 온통 더러워졌다. 진흙 위에서 샌들을 신고 걷는다는 게 쉽지 않아 언제부턴가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단 한 번의 히치하이크도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나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줄리아노와 오늘은 그냥 노숙하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 천장이 있는 오토바이 가게 앞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근처에는 수돗가도 있어 노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여기는 우루과이만 큼 춥지 않기를 기대해보았다.
오토바이 가게 주인과 얘기하며 앉아있는데 한 노인이 차를 세우고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여행 중이냐고 물었다. 그는 노숙을 하는 '동양의 여행객'인 나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봤고,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 내가 그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주자 굉장히 기뻐했다. 한참을 얘기하 다가 그가 우리에게 각각 2헤알씩을 건네며 좋은 여행을 하라고 응 원해주었다. 우리와 악수를 하고 그는 떠났다.
옆에서 자꾸 줄리아노가 바에 가자고 보챘다. 아까 내가 밤에는 맥주 한잔을 마시자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어서서 오토바이 가게 주인과 악수를 하고 바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해 우선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브라마, 2.50헤알이었다. 목이 말랐던 탓인지 맥주가 너무나도 시원했다. 금세 둘이서 한 병을 다 비워버리자 줄리아노가 한 병 더 마시자고 또다시 보채기 시작했다. 아까 받은 4헤알이 있지 않냐면서.
결국, 그와 맥주 한 병을 더 마시고 카샤사 두 잔까지 더 마셨다. 그리고 그 가게에서 당구를 치던 두 명의 남자와 2대 2로 당구를쳤다. 우리가 처음 한 경기에서 이겼고, 그들이 뒤이어 한 경기에서 이겼는데 줄리아노는 승부욕이 강한 듯 되돌아오는 길에 한참을 아 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서로 한 번씩 이겼으니 다 같이 행복하지 않냐며 그를 달래주었다.
어두컴컴해진 거리를 걸으며 두 집에 들러 저녁 식사를 동냥했다. 또다시 몇몇 사람들의 대가 없는 도움을 받았다.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이 네 것’이라던 마르코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건 그저 없는 자들의 듣기 좋은 변명이었을까.
나는 기억하고 있다. 대학교의 경제학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 "공짜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끝없이 불어나는 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그것은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많이 계산적이다. 사실 그렇게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남에게 '철저히 피해 주지 않겠다'는 생각은 마치 '철저히 손 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과도 같아서, 그런 생각은 되려 나의 고립을 키울 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두 명의 친구, 줄리아노와 마르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