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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노와의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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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 차
새벽 6시에 눈을 떠 줄리아노와 다시 길을 걸었다.
그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하느님과 소통하며 길을 걷는다고 했다. 그분이 가라고 하면 가고 서라고 하면 선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그분과 소통하는지를 물었다. 줄리아노는 그분이 이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서 집을 돌며 동냥을 해 끼니를 해결해도 전혀 움츠릴 필요가 없다고, 그분이 자신을 도우시는 것이기에 자기는 그저 웃으며 감사를 표할 뿐이라고.
또 이어 얘기했다. 추위와 더위, 비와 구름 모든 것에 그분은 계 신다고. 때때로 그분께서 어려움을 주시지만, 또한 이겨나갈 길을 제시해 주신다고.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얻어 아침과 점심을 해결했다. 오늘은 연거푸 내가 동냥을 담당했다. 어차피 같이 음식을 먹는 거라면 내가 그 일을 마다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난 그저 여행 중이라고, 조금의 도움을 달라고만 말하면 되었다. 그럼 그들은 (그동안 늘 보아왔듯이) 아낌없이 레스토랑의 음식을 내어주었다.
줄리아노는 의외로 히치하이크에는 서투른 편이었다. 그는 히치하 이크의 거절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여러 차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느닷없이 투바라오 (Tubarao) 로 가는 버스를 타자고 제안해왔다. 난 그가 그동안 걷는 것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에 의구 심을 느껴야 했다. 그는 투바라오까지만 가면 그곳에 아는 여성이 있다며, 그녀에게서 돈을 구해 같이 플로리아노폴리스까지 가는 버 스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우린 길을 더 걸었고, 다음 주유소에 다다랐을 때에는 내가 나서 서 그곳에 서 있는 몇몇 트럭에 히치하이크를 시도했다. 그리고 마 침내 한 트럭 기사에게서 플로리아노폴리스까지 태워주겠다는 승낙을 얻어, 저 멀리 앉아있는 줄리아노를 불렀다. 그는 히치하이크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기뻐했다.
조제라고 하는 그 운전기사는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와 트럭 안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가 내 여행에 관해 물어볼 때면 줄리아노가 마치 나의 대변인처럼 내 이야기를 대신해주었다.
트럭이 플로리아노폴리스에 도착했을 때 조제는 우리에게 10헤알 이라는 거금을 건네었다. 우리의 여행 경비에 보태라고, 그리고 좋은 여행을 기원한다고 했다. 우린 포옹으로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그 트럭을 바라본 후 시내로 향했다.
나는 줄리아노에게 내일부터는 각자의 길을 걷자고 말해야 했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심한 그리움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이 때때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나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 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얘기를 꺼내며 우리의 안타까운 사 정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건 마치 내 상황을 그를 위한 동냥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건 마르코지와 함께 길을 걸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또한 그는 시시때때로 나에게 브라질의 위 험성을 설명하며 날 위협하고, 날 그와 함께 있도록 하려고 애를 썼 는데, 그건 마치 내가 에드와르도와 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하는 것 또한 날 위한 배움의 길이 될 것이 라고,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이 단지 사고방식의 차이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난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역시 이젠 각자의 길을 걷기 위해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할 때였다. 난 담담히 내 생각을 전달하려 애썼고, 그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바에 갔다. 그리고 오늘은 마음껏 맥주와 카샤사를 샀 다. 적당히 술을 마셨을 때 그가 말했다. 내일 자신은 상파울루를 향해 떠날 것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내를 벗어나는 버스를 탈 돈이 없으니 도움을 달라고.
난 그 말에 조금 슬퍼졌다. 그가 나와 함께 움직이고자 했던 동기가 결국 그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아무 말 없이 그에게 5헤알을 건네었다. 그리고 행운을 빌 어주었다.
줄리아노는 꽤 술에 취한 듯 바의 손님들에게 난동을 부리고는 사 라졌다. 난 그가 떠난 후 가게 안의 몇몇 손님들에게 대신 사과해야 했다.
그는 좋은 친구였고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헤어지고 말았다.

오늘 밤 잠잘 곳을 구하기 위해 노숙자를 위한 무료숙소 (Albergue) 를 찾아가 줄을 섰다. 혹시 줄리아노도 이곳에 와 있지 않을까 둘러보 았지만 다른 노숙자들에 섞여 내가 찾지 못한건지, 그의 모습은 보 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문이 열렸지만, 오늘 대기자가 많고 침대 수가 부족하여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늦게서야 줄을 섰던 나는 들어가지 못하는 그룹에 속했다. 난감했다.
다행히 나는 숙소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의 동반자를 찾을 수 있었다. 조나다라는 이름의 그는 23살이었고, 굉장히 앳 된 얼굴을 한 청년이었다. 친구와 둘 중 한 명밖에 입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친구를 안에서 자게 하고 자신은 노숙을 하려 하는 그의 모습에 이끌렸다.
플로리아노폴리스는 산타카타리나주의 주도인 만큼 매우 컸다. 그 만큼 이곳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혼자보다는 둘인 게 안전함을 우리는 알고 있었고, 우린 함께 일어나 노숙할 장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나다는 나에게 괜찮은 노숙 장소를 알고 있다고 했다.
도착한 곳은 고가도로 아래, 쓰레기더미가 널브러져 있는 수풀 속 이었다. 곳곳에 유리 조각이 깨진 채 흩어져 있었고 악취가 났다. 하지만 그곳은 두 면이 건물로 막혀있고 움푹 파여있어 바람과 사람의 눈길로부터 피하기엔 좋았다.
조나다는 이곳이 경찰서와 가까이 있고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 그나마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가로등 빛이 있는 곳으로 가려 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돌아오라고 했다.
우리는 먼저 누울 자리를 준비한 뒤, 서로의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쿠리치바 (Curitiba; 파라나 주의 주도) 에서 왔는데 내일부터는 다시 포르투알 레그레를 향해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여행을 하는 중이고, 그곳에 도착하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줄리아노와 비슷 했다. 마치 이들은 집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린 곧 잠자리에 들었다. 술을 마신 탓인지 몸이 더 피곤했다. 하지만 잠이 막 들 무렵, 갑자기 조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 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어디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지금 위험한 사람 두 명이 이 근처에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듯하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경계 어린 표정을 보니 나도 적잖이 긴장되었다.
조나다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밤중에 몇 번인가를 깨어 주 위 상황을 살피러 다녀오곤 했는데, 그 분위기에 나도 함께 잠을 설 칠 수밖에 없었다. 잠이 들었다가도 조그만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나도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일이 밤새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