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의 편지
창작 이야기2020.11.293분 읽기by 이상민

소주병의 편지

해변에 버려진 소주병이 전하는 메시지.

#창작#환경#재활용#해변#쓰레기

소주병의 편지

전 소주병이라고 불려요. 어젯밤 아저씨 서너명이 낚시를 하며 밤새 술파티를 벌이던 그곳에 제가 있었지요.

그 아저씨 중 한 명이 하던 말이 지금도 기억나요.

"아 역시 술은 밖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마셔야 제 맛이야."라고 말이에요.

버려진 밤

그 아저씨들은 밤새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비틀거리며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어요. 저와 같은 소주병 친구들과 맥주병 그리고 많은 음식 쓰레기들을 그대로 두고 말이에요. 떠나던 아저씨 중에 저희들을 뒤돌아보며 "쓰레기는 어떻게 하고?"라고 말을 꺼낸 아저씨가 한명 있었지만 다른 아저씨가 "응 놔둬."라고 얘기했어요. 저희는 그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떠날때 저희를 데리고 가줄 줄 알았어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전 사실 이 자연을 사랑해요. 지금 당신은 제가 이 자연을 해치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이예요. 저도 사실 이 모래에서부터 시작 되었어요. 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모래에서 저를 걸러내 유리라는 것을 만들었죠.

그리하여 전 하나의 예쁜 유리장식이었던 적도 있었어요. 단지 지금은 소주병의 모습을 하고 있을뿐이지요. 이 다음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지 무척 궁금 하지만 그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뿐이에요.

친구의 아픔

한 친구를 봤어요. 그 소주병 친구는 술에 취한 한 아저씨의 실수로 바위에 부딪혀 깨어지고 말았죠. 그 소주병 친구는 괜찮다고 했어요. 하지만 날카로운 자신의 조각이 맨발로 해변을 걷던 어떤 아이의 발 바닥에 상처를 냈을때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어요.

우리 유리들은 사실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우리가 모래일때부터 그랬던 것처럼요. (건욱씨 솔씨도 모래놀이를 좋아하잖아요. 그렇죠?)

감사의 마음

오늘 저를 주워 재활용 쓰레기 통에 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다시 태어날지 궁금해할수 있어서 기뻐요. 그리고 제가 혹시라도 의도치않게 건욱씨나 솔씨 혹은 어떤 아이를 상처입힐까봐 걱정 하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이에요.

해변에서 안심하고 뛰어놀수 있기를 바래요.

해변에서 소주병을 줍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