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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욱이와 용돈
자라고 싶은 아이, 아이이고 싶은 어른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건욱이가 예산을 관리하기로 하면서 한 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그날그날 경비를 잘 관리해서 돈을 남길 수 있다면, 그 돈은 건 욱이에게 용돈으로 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 집은 따로 용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용돈 얘기를 하 자 건욱이는 귀가 번쩍 뜨이는 모습이었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용돈을 받아도 80%를 세금으로 가져간다. 그건 우리 집에서 제공하는 기본 복지에 따른 세금 이자 불로소득에 대해 우리가 책정한 적정 세율이다.
돈을 아껴 건욱이 용돈을 만들어주자는 목적은 당연히 아니었고 난 그저 경비를 아껴 잘 관리하자는 취지의 얘기였는데, 건욱이 입장에서는 이것이 모처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 듯했 다. 건욱이는 우리 경비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순간을 매번 안타 까워했다. 마치 자기 몫이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공동’ 여행경비이다)
덕분에 내가 식사 메뉴조차 마음껏 정하지 못하고 건욱이 눈치를 살펴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건욱이의 예산관리는 한치의 빈틈이 없었다. 한편 매일매일 쌓이는 잔돈으로 건욱이의 지갑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졌다. 난 전날 쓰고 남은 동전이라도 다음 날 쓰기로 하자고, 그럼 지갑이 좀 가벼워질 거라고 얘 기했지만 건욱이의 귀에는 그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건욱이에 게는 그 동전을 모아서 천 원, 이천 원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건욱이는 우리의 여행경비와 별도로 자신이 매일매일 ‘착복’한 용돈을 관리했다. 그리고 틈틈이 그동안 모아온 자신의 돈을 꺼 내어 얼마나 모았는지 세어보곤 했다. 그 모습이 꽤나 행복해 보 였기에, “돈 자꾸 꺼내 보다가 자칫하면 잃어버린다”라는 식의 산통 깨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