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여행 기록사진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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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자라고 싶은 아이, 아이이고 싶은 어른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애초엔 혼자 가려고 계획된 올레길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 출발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건욱이와 함께 떠나는 것으로 계 획이 변경되었다. 사실 의외였다. 건욱이가 생각보다 쉽게 함께 가 겠다고 결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린 이 여행을 통해 몇 가지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우리가 예전 제주도에 왔던 때에는 당연 한 듯이 렌터카를 이용했다. 마치 제주도에는 대중교통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이번 여행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가 원하는 첫 번째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올레길을 걸을 예정이라 차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여행을 자세히 계획하지 않기. 우리는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제주도 어느 지점에서 여행을 시작할지 정하지 않았 다. 마치 오래전 인터넷 정보가 충분치 않던 시절 배낭여행을 할 때 그랬던 것처럼, 공항 내 여행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구하고 그 곳에서 여행코스 추천을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막상 공항에 도착 해 보니 생각지 못하게 첫 번째 행선지를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감귤체험장. 무료입장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레길 걷기. 이번 여행은 내가 처음 계획할 때부터 올레길을 걷는 것이 목적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없이 며칠간 올레길을 하염없이 걷다 돌아오고 싶었다. 여기에 참가한 건욱이는 아마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이렇게 본격적인 도보여행을 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잘 걸어주었다. 성인 걸음으로 시간당 걸을 수 있는 거리는 보통 4km 정도이지만, 9 살의 건욱이와 함께 걸으니 시간당 2km 정도를 전진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 여행에서 하루 평균 13km 를 걸었다고 본다면 우리는 매일 6 시간 정도를 걸은 것이다. 건욱이가 가장 많이 걸 었던 날은 19km.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걸었던 셈이다.

각자 짐은 스스로 들기. 건욱이 옷은 건욱이 가방에, 내 옷은 내 가방에, 건욱이가 마실 물은 건욱이 가방에, 내가 마실 물은 내 가방에. (엄마가 알면 기겁할 일이지만) 우리가 워낙 옷을 잘 안 갈아입었던 탓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어보니 정작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기. 그리고 도미토리룸에서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자보기. 우리는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하나가 타인과의 밀접접촉을 기피하게 된 것일 거다. 건욱이는 초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마스크를 쓰고 등교했고 지금까지도 식 사시간 이외에는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시기에 게스트하우스라니, 심지어 도미토리? 욕먹어 마땅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난 사람들과 부대끼며 배낭여 행을 하는 기분을 건욱이와 함께 다시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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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경비 8 만원으로 생활하기. 이 경비에는 버스 이용료, 식사, 군것질, 숙소 등등 하루 여행경비의 모든 것을 포함했다. 사실 이 경비에서부터 우리의 숙소는 이미 게스트하우스로 정해 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첫날 여행을 해보고 느낀 것은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다음날부터 9 만 원으로 예산을 늘렸다. 하루는 건욱이가 올레길 위에서 만난 한 리조트에서 너무 자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 이미 많이 걸어서 피곤한 상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리조트 시설에 딸린 야외수영장을 본 순간 그동안 우리가 지내왔던 게스트하우스와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온라인 앱으로 확인한 할인된 숙박비용은 8 만원. 건욱이는 여기 서 8 만원을 탕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식사는 컵밥으로 때워야 했지만 건욱이는 행복해 보였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도전은 건욱이에게 여행의 주도권을 주는 일이었다. 건욱이에게 매번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의 모든 것을 넘겨줘보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어른의 역할을 한다는 핑계로 많은 것을 내 위주로 결 정해왔다. 앞장서서 걷고, 먹을 음식과 숙소를 내가 결정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건욱이를 배려해서 무언가를 결정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건욱이가 거기에 완전히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도전의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건욱이가 스스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난 이 실험을 아무래도 멈추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여행한 기간 2021.12.16-2021.12.22 (6 박 7 일)

우리가 걸은 총거리 88km

하루에 가장 많이 걸었던 날 19km

우리가 걸은 올레길 5 코스, 6 코스, 7 코스, 8 코스, 14 코스 일부

우리가 묵었던 숙소 당신의공천포게스트하우스, 구덕게스트하우스, 가온누리게스트하우스, 담앤루리조트, 오션뷰게스트하우스, 쉬멍놀 명게스트하우스

출처: 제주올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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