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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퀸즈로드에서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아빠의 이야기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버텨주었다. 장시간 주행에도, 차가운 캠핑카 안에서의 숙박도, 비 오는 날 혹은 어두운 밤 좁은 캠핑카 안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도, 내가 애초에 걱정했던 것들은 정작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내가 여행 중 아이들과 함께해야 했던 ‘긴’ 시간이었다. 24/7. 난 그동안 회사 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핑계로 매일 나만의 시간을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었지만, 이 여행에서 그런 사치는 누리기 힘들었다. 대신 아이들이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내가 그토록 원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원 없이 보내야 했다. 밥 먹는 시간, 목욕하는 시간, 몸 쓰는 놀이 시간부터 머리 쓰는 놀이 시간까지. 이상하게도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에 대한 내 짜증이 늘어갔다. 가족과의 더 많은 소통이 가족 간의 이해를 높여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렇게 말다툼이 늘어나고 애들에 대한 내 잔소리가 늘어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 탓인가. 아니면 서로가 그동안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내버려 둘 수 있었던 일이 이제는 더 그럴 수 없게 된 것인가.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간섭과 충돌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걸까. 예전처럼 하루에 (집에서) 서너 시간만 ‘사랑’하는 평화로운 시간보다 지금처럼 수시로 충돌하는 함께하는 스물네 시간이 더 바람직하긴 한 걸까.
우리는 각자 하나의 퍼즐이다. 우리는 함께하기 위해 서로의 형태를 맞추기 시작하며 서로의 모양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상대방을 억압하려 한다. (내 퍼즐의 형태를 고수하기 위한 방법이다) 혹은 우리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며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정사각형의 퍼즐이 되라 한다. (이것은 세상 모두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쉽게 사회화되어버리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 본 모습이되 동시에 함께할 수는 없을까.
어떤 질문을 갖든 결국 그 답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존중과 평등함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 각자의 퍼즐이 서로에게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함께 붙어있을 수 있는 방법은 그사이에 적절한 쿠션을 함께하는 것. 그 쿠션은 부드럽고 온유하다. 상처 입히지 않고 품어준다. 분리하지 않고 함께 한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여행에서 좇아야 할 자세.
이 사랑이 없이 우리는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사랑 없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자가 고독한 자유를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은 주위로부터 달아나는 방법이며 더 이상 내가 좇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