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우리사진 124장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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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 우리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아빠의 이야기

마침내 여행의 시작을 앞둔 출국 전날밤, 건욱이가 잠자리에 설사를 하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아내와 나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응급실을 찾았고, 혹시라도 맹장염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일단 서둘러 엑스레이 검사와 피 검사를 받았다. 시간은 새벽 두 시경, 우린 새벽 4시 50분에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올라갈 예정이었기에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혹시라도 맹장염 진단이 나오면 여행 일정을 미루고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조마조마했다. 현장의 의사 및 간호사들도 우리 상황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검사 결과가 서둘러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행히 검사결과 “엑스레이상 장이 다소 팽창하여 복통이 유발된 건 사실이나 피검사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와 염증수치는 정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일단 걱정했던 맹장염은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퇴원수속을 하고. 병원에서 곧장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중요한 도전 앞에는 사소한 시련이 따른다고. 보통 액땜이라고 말하는 게 그런거 아닌가? 하하.

아무튼 건욱이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우리가 여행을 예정대로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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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여행 떠나기 하루 전.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언뜻 들으니 남편과 잠을 자던 건욱이가 잠자리에 응가를 한 것 같았다. 6살짜리가 ‘쉬’도 아니고 ‘응가’라니, 기가 차서 모르는 척 자려고 하는데 너무나 한참을 부스럭거리길래 나가보니 이불이며 화장실 가는 길이며 설사로 범벅이었다.

자정이 될 때까지 같이 정리하고, 건욱이 옆에 누웠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건욱이는 눈이 말똥말똥 깨어 있었고 계속 배가 아프다며 문질러 달라고 했다. 꾀병인가 싶어 요령껏 문지르고 있는데, 토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

인천공항행 버스는 새벽 4시50분.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얼마나 아픈 건지 평소 병원이라면 질색하는 건욱이도 선뜻 병원에 가자고 따라 나섰다.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의사 말로는 맹장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 결과가 한 시간 반 정도 뒤에는 나온다니, 불행 중 다행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오늘 떠날지 말지 결정할 수는 있겠다 싶었다.

피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엑스레이 결과를 먼저 볼 수 있었는데 의사는 장이 많이 팽창해 있어 안 아플 수가 없을 거라고 했다.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이다.”

최근 읽고 있는 류시화의 '시로 납치하다' 책 속에서 나온 글이다. 한동안 마음에 새기며 있었는데, 이건 마치 날 시험하는 듯한 상황이었다. 신이 내린 타이밍이라고나 할까.

건욱이가 고맙게도 이날은 큰 저항없이 채혈도 하고 수액도 맞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6년 인생 중 가장 큰 고비였을 텐데, 짠하면서도 참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난 그런 건욱이와 남편을 병원에 남기고, 결과가 좋을 것을 기대하며 여행 짐을 챙기러 혼자 친정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겼나 속상해하다가, 그래도 비행기 탈 수 있는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게 어디냐, 비행기 안에서 혹은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터지지 않은 게 어디냐, 스스로를 위안하고 나니 헛웃음이 났다.

나도 많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다행히 혈액 검사는 정상. 염증 수치나 백혈구 수치도 이상 없고, 건욱이는 신기하게도 언제 아팠냐는 듯 병원을 가볍게 걸어 나왔다.

나의 엄마, 아빠는 이런 우리 모습에 얼마나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를 떠나 보냈을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친정에 온 것이 오히려 불안감만 더 키워주고가는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린, 이것을 우리 여행을 시기하는 악마의 소행으로 여기고 기분 좋게 인천공항 행 버스에 올랐다.

건욱이는 다시 신생아로 돌아간 것 마냥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잤고, 뉴질랜드 숙소에 도착해서도 무려 16시간이나 잠만 잤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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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spear Regional Park

아빠의 이야기

우리의 첫번째 캠핑 날. 모든 것이 서툴렀던 날. 좌측 주행이 서툴러 마음 졸이며 운전했던 날.

잔디밭 위에서 캠퍼밴 바퀴가 빠져 두번이나 주위의 도움을 받았던 날. 캠핑장 예약조차도 쉽지가 않아 진땀 뺐던 날.

마침내 마주한 밤, 깜깜한 어둠속에서 무얼 할지 몰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날.

한편으로 뉴질랜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처음으로 맞이했던 날. 캠퍼밴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양떼와 소떼를 보며 즐거워했던 날. 맑은 뉴질랜드 바닷물에 덜덜 떨며 처음으로 입수했던 날.

우리가 캠퍼밴 여행을 마침내 시작했던 날.

엄마의 이야기

캠퍼밴 여행 첫 날부터 고생이다.

별로 질퍽해 보이지도 않은 땅에 차 바퀴가 빠져 꿈쩍도 안 한다.

원망스럽게도 이 남자가 나더러 뒤에서 차를 밀어 보란다. 아무리 밀어도 안 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기대하지도 않았던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맨발의 뉴질랜드 사나이 두 명이 나타나 차에 로프를 감더니 순식간에 밖으로 끌어내 주었다. 이런 감동스러운 키위들 같으니!

먼저 도움을 주기가 멋쩍은 사회 속에 있다가 오랜만에 만난 허물없음에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동시에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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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wharewa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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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 Reinga

마냥 기다리지 마라

가장 좋은 해답은 그렇게 찾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함 속에 몸을 던진 뒤에야 마주하는

어느 기대하지 못한 순간 찾아오는

그것이 가장 좋은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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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케이프 레잉가에서 나오는 길에 히치하이크를 하던 한 청년을 태웠다. 편한 앞자리를 양보하고 난 뒤로 가서 아이들 옆에 앉았다.

2년 전 단둘이 떠난 스위스 여행 때, 남편은 나의 의견은 무시한 채 히치하이커를 태웠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탐탁치 않아했고, 나중에 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위험하기도 해 보였고, 우리의 여행을 방해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여행을 하며 받았던 도움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상기시켜주며 이제는 베풀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벨기에에서 온 이 청년도 남편의 그 시절처럼 대학 졸업 전에 히치하이크만으로 수개월째 여행 중이라고 한다. 그의 목적지인 카이타이아(Kaitaia)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 우리는 모래언덕과 나인티 마일즈 비치(90miles beach)에 같이 들러 여행을 했다.

나중에 이 청년도 우리처럼 또 다른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겠지! 삶의 선순환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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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mendel

너무 다른 너희 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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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 언제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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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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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찍은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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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찍고 있었네

엄마의 이야기

타우랑가(Tauranga)로 가는 길에 한 바닷가 마을의 작은 다리 위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에서 교사와 체험수업을 하는 듯했고, 다리 위에 서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수영을 하기 시작했고 교사 몇은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 추운 날에! 여긴 지금 겨울이다. 게다가 비까지 내린다. 말 그대로 생존 교육.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것.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내가 너무 “안돼”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얼마나 될까.

나의 이런 행동들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이기보다 “상식적인” 어떤 사람들에게 좋은 엄마로 보이고자 함은 아닐까?

모든 위험을 차단한다는 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게 살아도 된다. 내려놓아도 별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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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은 최고의 여행지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에서 최고의 여행을 경험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마음가짐의 문제

여행자의 눈을 가지면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매 순간 여행의 순간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라고

사소함 속에서도 끊임없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오래전 여행에서 느끼고 다짐했던 여행자의 자세를

난 이 길 위에서 다시 떠올리고 간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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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ka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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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뉴질랜드 북(North)섬을 여행하다 보면 처음에는 목가적인 풍경에 반해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 역시 흔치 않은 방목되고 있는 동물들 모습에 연신 탄성을 질러 대며, “밖에 양!”, “밖에 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 일주일 정도 지나니,

"건욱아 밖에 소 엄청 많아" 했더니

"나도 봤어. 그냥 말 안 한 거야"

“으응…그래”

그럼에도, 아이들이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세 가지 발견.

첫 번째. 놀이터.

어른들이 가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놀이터도 같이 있는 이곳 뉴질랜드. 놀이터를 이렇게 잘 만들어 놓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내가 놀아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고 놀이터마다 구성이 다 다르다. 가족 중심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듯한 뉴질랜드가 부럽기만 하다. 놀이터 탐방만으로도 아이들의 이곳 여행은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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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방

여행 시작하며 한동안 보지 못한 책이 그리운 아이들은 책을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주로 중고 책방을 가다 보니 싸고 좋은 책들이 많아 욕심껏 사게 되어 짐이 늘어가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 마오리족

처음 그들의 압도적인 첫인상으로 인해, 솔이는 무섭다며 마오리족 쇼는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혼자서 밖에서 기다리며 다른 마오리족 아저씨와 친분을 쌓은 뒤로 마오리족 흔적만 봐도 반가워한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존중해 주는 뉴질랜드의 정책 덕분에 많은 곳에서 아이들의 반가운 휴식처를 발견하게 된다.

마오리족 흉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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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북섬에서 남섬으로 가는 길

아이를 키우면서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기록을 남기는 건 언제나 첫째에만 해당된다. (둘째는 귀여움 담당)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해서 첫 유치가 빠지기까지. 어느덧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건욱이가 하기 시작했다. 벌써 이만큼 컸다니! 벅찬 경험이다.

유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에게 줄곧,

“이가 빠지면 지붕 위에 던지는 거야. 그러고는 “새야, 새야, 헌 이빨 가져가고 새 이빨 다오”라고 이야기하자” 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하필 웰링턴(Wellington)에서 배를 타기 직전에 이가 빠져버려 지붕에 던질 기회가 마땅치 않게 되었다.

새한테 빠진 이를 줘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욱이를 설득하는데 잠시 애를 먹었지만, 우리는 대신 고래에게 던져 주는 것에 합의한다.

“고래야, 고래야, 새 이빨 가져다줘!” 힘차게 바다로 던진다.

Interislander Ferry (Wellington to Pic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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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모험을 원하는가*

집착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백 년 남짓한 인생을 살면서

천년의 고민과 근심 걱정을

짊어지고 있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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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솔이와 남편은 놀랄 만큼 닮았다. 1. 그들은 현지화가 빠르다. 도시에서도 심심치 않게 맨발로 다니는 이곳 사람들을 따라 솔이는 시도때도 없이 신발을 벗어 던지고 곳곳을 뛰어다닌다.

해변에서는 발가벗고 노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급기야 자기도 발가벗는데 합류한다. 2. 물만 보면 뛰어 들어간다. 춥든 말든 물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다. 발이라도 담가야 직성이 풀린다. 3. 누울 자리만 보면 어디든 눕는다. 잔디밭이든 바위 위든 드러누워 혼자만의 사색에 빠진다. 4. 거리 공연을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도 공연하는 것만 보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서 구경한다. 제법 진지하다.

5\. 잘 다친다. 조심성 없이 부딪히고 다친다.

자유로운 영혼 아빠에게는 안성맞춤인 파트너, 솔.

내가 같이 해주지 못하는 걸 솔이가 잘 해주니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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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el Tasman

진상과 꼴통이 여행에는 두명의 아이들이 함께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진상과 꼴통이라고 부릅니다. 한 명은 잔짜증이 많고, 또 한 명은 큰 사고를 칩니다. 이 둘이 합치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통제불가상태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떼쓰는 법과 사고치는 법을 전수하여 그 힘이 더 강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둘은 서로가 다른 점이 참 많습니다. 한 명은 섬세하고 복잡한데 반해 또 한 명은 단순합니다. 한 명은 겁이 많은데 또 한 명은 위험한 짓을 찾아서 합니다. 한 명은 유제품이라면 무조건 싫어하고 (아이스크림은 빼고요) 또 한 명은 유제품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한 명은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친근하게 느끼는 반면 또 한 명은 동물을 조금 무서워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은 안정적인 걸 좋아하고 또 한 명은 실험적인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편 재미있는 건 이들 진상과 꼴통이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배울게 있다는 거죠. 사고뭉치일때 뿐만이 아니라 평소의 생활에서도 서로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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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무리해서 하려하면 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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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버려두면 그런대로 괜찮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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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금 여기 멈추어 있게 하는 것은

단 1%의 위험과 99%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이 99%의 막연한 두려움이란 놈을

‘실재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은 온통 위험으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1%의 위험을

차라리 받이들이기로 마음먹는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나머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99%의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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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야

Cape Foul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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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Mapourika

좀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난 뭐든 술술 잘 풀리는 놈이다 너와 함께하게 된 것도 그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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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아침시간이 참 여유롭다.

여행 전 나에게 아침이란 스쿨버스 시간 맞추느라 허둥지둥 아이 재촉하며 손잡고 달리기 하는 시간.

지금의 아침은 내키는 대로 이부자리에서 뒹굴며 밥 먹어도 잔소리 안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

식사는 배경일 뿐, 우리의 대화가 주가 되었다.

일상의 풍경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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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유리창을 새로 닦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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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카로 향하는 길. 산 중턱을 넘어갈 때쯤 주먹만 한 눈이 펑펑 내렸다. 운전 길이 험해질까 걱정이 되어 차를 부지런히 몰던 우리는 문득 ‘이 눈을 지금 즐기지 못하면 언제 눈을 맘껏 즐길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가던 길을 멈추고 눈이 쏟아지는 산길로 무작정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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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Pool

bbb

배려보다는 사랑

상대방의 인정과 동등한 수준의 보답을 요구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위한 양보와 희생을 기꺼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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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 중 한가지가 낭만일 것이다

낭만이 없는 여행이란

추위와 배고픔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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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Hawea

겉으론 화를 내더라도

속으로는 호수처럼 잔잔해라

어머니 말씀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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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width:6.33333in;height:8.60385in" />꿈을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럽다

영혼 없는 도전보다

영혼을 담은 이상 그 자체가 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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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aka

아내의 이야기

소통

아이들이 요즘 자주 외치는 말.

‘오! 노!’, ‘플리즈~’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가기 위해 들렀던 테아나우(Te anau)의 Top10 홀리데이 파크에서의 일이다.

아이들은 TV, 트램폴린, 점핑필로우와 놀이터가 있는 홀리데이 파크 가는 날을 언제나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이날도 라운지에서 TV를 보고 있던 솔이. 잠잘 시간이 되어 솔이를 데리러 라운지에 갔다가 만난 한 할아버지가 솔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럴리가, 솔이는 영어를 못하는데” 라며 나는 그에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니라며, 솔이 영어 할 줄 안다면서 하는 말.

노인: 영어 할 줄 아니?

솔: 예스

노인: 너 춥니?

솔: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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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n Range Road Summit

천적이 없는 동물은 퇴화하는 법이다.

그래서 위협과 두려움은 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감각을 보다 예민하게

단련시켜 주기 때문이다.

모험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험을 동반한 모험이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감각을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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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솔아, 엄마는 솔이가 손을 빨고 있는 모습도 사랑해. 이제 손을 빨지 않은지 4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의 손 빠는 모습이 좀 그립다. 다시 손 빨라고 할까? 근심거리 하나가 줄어서 좋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커버린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드네.

약속한 엘사 인형은 꼭 사줄게.

손가락에 쓴 약을 발라 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그 쓴 약조차 견뎌내며 손가락을 입에서 떼지 않던 솔이가 엘사 인형을 사준다는 말에 손 빨기를 멈췄다.

엘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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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Wakati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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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미러 레이크(Mirror Lake)

"건욱아, 여기는 ‘미러 레이크(Mirror Lake)’래. ‘미러(Mirror)’는 거울이라는 뜻이야. 왜 이름이 미러 레이크일까?"

대답은 안 하고 갑자기 솔이에게 다가가 속닥속닥 거리는 건욱이.

솔이가 대신 대답해 준다.

"호수 물에 산이 비쳐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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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stown

엄마의 이야기

빙하를 볼 수 있는 후커 글래셔(Hooker glacier) 트레킹.

기록할 만한 여정이었다. 4시간 코스를 우리는 오전 10시에 출발해 오후 5시가 되어서 돌아왔다. 아이들은 이제 엄마 아빠가 안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힘들면 주저앉아 있다 다시 일어나 걷는다. 솔이에게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들 체력이 정말 바닥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 보였지만, 온전히 아이들 혼자 힘으로 7시간을 걸어냈다. 숨이 멎을 듯한 풍경보다 아이들이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벅찼다.

가끔 아이들 걸음을 기다리면서 생각한다.

우리 엄마도 어린 나를 기다리며 내 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겼겠지.

지금의 나는, 나이가 들어 다리가 불편하고 몸이 느린 엄마를 언제나 뒤에 두고 앞서 걸어간다. 엄마에게 잘 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미안해하기도 하고, 동시에 미래에 약해진 나를 뒤에 두고 앞서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며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 여행에서 장소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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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다려주고 기다림을 받고, 혼자서 일어나는 힘을 배우고, 의지하기도 하고, 함께 감정을 나누고, 소소한 대화들을 나누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배려와 한 마디 한 마디를 같이 전해 듣는 것,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 우리의 여행이다.

일단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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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7시간을 함께 걸었다. 마운트쿡 후커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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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바다사자를 눈앞에서 바라본 순간 우리들은 놀라움에 환성을 질렀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바다사자를 더 이상 의식하지 않고

그 옆에서 자연스레 뛰어놀았다

그래 어쩜 그게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더 자연스러운 방법

Sandfly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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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ans B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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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캠퍼밴 생활은 불편하다.

좁고, 춥다.

특히, 우리가 빌린 캠퍼밴은 더욱 그렇다.

렌터카 회사에서 처음 이 차를 봤을 때 우리 모두의 반응은 같았다.

“왜 이렇게 작아?”

건욱이마저 주차되어 있던 다른 커다란 캠퍼밴들을 보다가 우리 차가 나오니 우리 건 왜 이리 작냐며 실망해했다. 우리가 업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다른 차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인터넷 사진과 설명만 보고 예약하니 역시나 이렇다.

캠퍼밴은 거의 매일 덤프스테이션(Dump Station)을 찾아 오물을 버려야 하고, 차에 물도 채워 넣어야 한다. 밤에 잘 때는 침대로 만들고, 낮에 이동할 때는 그 침대를 접어 올려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로 만들어야 한다.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캠핑장(Powered site)에 가서 차를 충전시키지 않으면 차 안에서 전기도 쓸 수 없다. 그래서 추운 날씨임에도 그나마 있는 전기히터는 마음대로 켜고 잘 수도 없는 그림의 떡이다.

내가 너무나도 쉽게 누리던 물, 전기, 화장실 등등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 매일의 가장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설거지하면서 물이 떨어질까 조바심 내고, 화장실 가는 게 일이라 깨끗한 화장실만 보면 급하지도 않은 볼일을 미리 보고, 어느 곳을 가든 근처에 핫(Hot)샤워가 되는 곳이 있는지 찾게 된다.

캠퍼밴 생활을 하면서는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행복을 느낀다. 뒤늦게 이게 웬 고생인가 싶어 우울할 때도 있지만, 캠퍼밴만이 주는 감동들을 생각하면 이 모든 불편함이 상쇄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트렁크 문을 열어 주는 남편 덕에 눈 호강,

잠결에도 눈앞에서 쌍무지개를 볼 수 있고,

설경이 보이는 멋진 호수 앞에서 또 하룻밤,

모닥불을 피우며 흥분한 우리,

처음으로 겨울바다에 몸 담근 그곳, Cable bay

햇살 따사로운 날에는 야외 아침식사를,

나무로 지은 집에서 나무 장난감으로 놀기,

멋진 일몰과 일출을 누워서도 볼 수 있고,

불빛 하나 없는 대자연 한 가운데에는 쏟아지는 별들과 은하수가 있고, 밖은 아이들의 놀잇감 천지.

어두운 밤 좁은 차 안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는다.

매 순간 우리는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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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더 좋은 장소 혹은 더 맛있는 음식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일 것이다

어떠한 하루를 보낼지 더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오늘을 기꺼이 즐거워하자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다양하고 새로운 선택지들을

과감히 한번 실행해 보자

아마 그렇게 우린 더 밀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매일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메울 뿐이라면

아마 그 여러 날은 결국

단 하루와 다름없을지도 모르니까

Milford Sound

엄마의 이야기

첫날부터 두 번이나 진흙에 바퀴가 빠지더니, 하필 마지막 날 풀(full)탱크로 채우려고 찾은 주유소에서 보란 듯이 경유 대신 휘발유를 먹어버린 너. 그러고는 주유하고 있던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박으려 했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너란 녀석. 좁아서 내 몸 고생시키더니 마지막 날 대형사고까지 쳐버리고..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다행히 Fuel Rescue[^1]! 남편 말대로 돈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얼마나 다행이야. 마지막 며칠은 섭섭한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사실 널 떠나는 날을 손 꼽아 기다렸지.

널 떠난 지금 난 몸은 정말 편하지만 벌써 네가 그립다.

두 달 동안 우리를 안전하게 태워줘서 고마워.

정말 고맙다.

건욱이와 솔이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는 차에서 안 잔다니까 함박웃음을 짓는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서 너무 좋다고 깔깔거리며 신나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는,

남편: 다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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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야기

내 사고 한번 칠 줄 알았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위해 하필 마지막으로 들른 주유소에서 디젤차에 휘발유를 넣고 말다니. 뉴질랜드 여행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요즘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다니더니 결국 이런 사고를 치고 말았다.

디젤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면 엔진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주유소 곳곳에 붙어있는 Fuel Rescue 광고판을 확인하고 주유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 다행히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해결 방법이란 잘못 주유된 휘발유와 기존의 디젤을 싹 다 빼내고 새로 주유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업체에 연락하고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Fuel Rescue에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여정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액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Fuel Rescue에서 온 아저씨가 차에서 기름을 다 빼냈다. 그리고 새로 디젤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시동을 걸었더니 부릉부릉, 마침내 문제가 해결되었다.

220뉴질랜드달러에 좋은 경험했다. 그래도 두 번 경험은 하지 말자.

엄마의 이야기

오랜만에 도시.

너무 낯설다.

도시는 차갑고 바쁘다.

그 안에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멀어져 있다 돌아와 보니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

여행자들과는 걷는 속도부터 다르다.

아이들 걸음에 맞춰 걷다가 여기에서는 우리 걸음에 아이들 걸음을 맞추게 한다.

도시 속에서 아이들은 장애물이다.

바쁜 걸음 속에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지나간다. 그 속에서 나는 또 예전의 나로 돌아가 예민해지고, 아이들을 단속시키기 바쁘다.

여행자들은 언제나 여유 넘치고 배려하고 웃어준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오클랜드 퀸즈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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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야기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버텨주었다. 장시간 주행에도, 차가운 캠핑카 안에서의 숙박도, 비 오는 날 혹은 어두운 밤 좁은 캠핑카 안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도, 내가 애초에 걱정했던 것들은 정작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내가 여행 중 아이들과 함께해야 했던 ‘긴’ 시간이었다. 24/7. 난 그동안 회사 일이니 뭐니 하는 좋은 핑계로 매일 나만의 시간을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었지만, 이 여행에서 그런 사치는 누리기 힘들었다. 대신 아이들이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내가 그토록 원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원 없이 보내야 했다. 밥 먹는 시간, 목욕하는 시간, 몸 쓰는 놀이 시간부터 머리 쓰는 놀이 시간까지. 이상하게도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에 대한 내 짜증이 늘어갔다. 가족과의 더 많은 소통이 가족 간의 이해를 높여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렇게 말다툼이 늘어나고 애들에 대한 내 잔소리가 늘어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 탓인가. 아니면 서로가 그동안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내버려 둘 수 있었던 일이 이제는 더 그럴 수 없게 된 것인가.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간섭과 충돌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걸까. 예전처럼 하루에 (집에서) 서너 시간만 ‘사랑’하는 평화로운 시간보다 지금처럼 수시로 충돌하는 함께하는 스물네 시간이 더 바람직하긴 한 걸까.

우리는 각자 하나의 퍼즐이다. 우리는 함께하기 위해 서로의 형태를 맞추기 시작하며 서로의 모양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상대방을 억압하려 한다. (내 퍼즐의 형태를 고수하기 위한 방법이다) 혹은 우리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며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정사각형의 퍼즐이 되라 한다. (이것은 세상 모두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쉽게 사회화되어버리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 본 모습이되 동시에 함께할 수는 없을까.

어떤 질문을 갖든 결국 그 답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존중과 평등함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 각자의 퍼즐이 서로에게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함께 붙어있을 수 있는 방법은 그사이에 적절한 쿠션을 함께하는 것. 그 쿠션은 부드럽고 온유하다. 상처 입히지 않고 품어준다. 분리하지 않고 함께 한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여행에서 좇아야 할 자세.

이 사랑이 없이 우리는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사랑 없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자가 고독한 자유를 좇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은 주위로부터 달아나는 방법이며 더 이상 내가 좇는 것이 아니다.

오클랜드에서 누메아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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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누군가의 묘지 앞에서 떠올려본 그 흔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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