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e Line
일상의 순간2022.06.023분 읽기by 이상민

The Fine Line

싱가포르 카페에서 바퀴벌레와 참새를 통해 목격한 삶과 죽음

#싱가포르#일상#생각#철학#여행

The Fine Line

로버슨키에서 맞이하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싱가포르 강을 따라 이어지는 조깅코스는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은 장소다

더운 날씨에 아침부터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야외테이블이 있는 한적한 카페에 들러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다

샐러드와 롱블랙 커피 한잔

샐러드를 아침식사로 택한 것은 혹시 더 건강해지고 싶어서인가

샐러드를 한참 먹고 있는데 바퀴벌레 한마리가 내 식탁위로 올라왔다

내 음식을 탐내고 있는 것이냐

내가 입으로 후 불어 바퀴벌레를 한번 쫒아냈음에도 이녀석이 다시 내 식탁위로 기어올라왔다

그래 너도 다른 벌레와 다름이 없을텐데 내가 너를 차별했구나

난 그냥 그녀석을 내버려뒀다

내 아침식사도 이미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커피를 마시며 바퀴벌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연할 갈색의 몸통을 가진 그녀석은 두개의 지느러미로 주위를 기민하게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바퀴벌레를 관찰해본 적이 있었나

언제부턴가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내 식탁 위 파라솔에 툭툭툭 빗방울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녀석은 비를 피하러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바퀴벌레 이녀석은 내 접시 아래빈틈에 몸을 숨기는가 싶더니 다시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내가 남긴 음식부스러기라도 찾고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

참새 한마리가 날아와서 내 식탁 위에 앉았다

내가 설마하고 쳐다보는 순간 그가 바퀴벌레를 채어갔다

난 순간 놀라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 참새는 순식간에 바퀴벌레의 몸을 두동강내고 한부분을 먹어치웠다

그 사이 다른 참새 두마리가 달려들어 그 바퀴벌레의 나머지 한부분을 채어가려 했다

하지만 최초의 그 참새는 그 남은 바퀴벌레의 몸뚱이마저 황급히 채어물고는 저멀리 날아가 버렸다

난 한동안 입을 벌린채로 참새가 떠나버린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전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던 바퀴벌레 한 마리가 지금은 생명이 꺼진 먹이가 되어 한 참새의 속을 채웠다

그 짧은 시간새에 그녀석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기는 했을까

잠깐이라도 스스로에게 애도의 시간을 줄 수 있었을까

하나의 생명이 삶과 죽음 사이의 아주 얇은 선 위에서 힘겹게 걷다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세계로 발을 헛디뎌 버린 듯한 그런 장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멍한 눈으로 참새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까 바퀴벌레를 미처 쟁취하지 못한 참새 한마리가

평화롭게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를 대수롭지 않게 먹어치우며 아쉬운 듯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삶 속에서 더더더를 좇다가 돌연 죽음을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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