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여기사진 4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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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비자 소동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엄마의 이야기

아이들 데리고 다니니 정신 바짝 차리라는 경고인 것일까?

여행 시작한 지 이제 두 달 반인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인천공항 가는 날 새벽 건욱이 응급실행부터 뉴질랜드에서의 주유 실수까지. 37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긴박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뉴칼레도니아에서는 무사히 마무리하고 떠난다며 기분 좋게 공항에 들어섰다.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 체크인을 하는데 항공사 직원이 뜬금없이 비자를 받았는지 물어본다. 난 너무도 당당하게 한국은 비자 필요 없다, 북한이랑 남한이랑 착각하는 거 아니냐며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도 직원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한다.

십 몇 년 전이지만, 남편도 호주에 갈 때 비자를 받았던 기억은 전혀 없었다고 하고, 나 역시 호주 비자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확신에 차서 직원을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자 슬슬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도 슬슬 꼬리를 내리며 그 사이 비자 협약에 변동이 있었을 수도 있다며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예전에 영국에 갈 때도 북한과 착각해 이런 적이 있었다고하니 믿음을 갖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 직원이 돌아와서는 호주 이민국에 전화로 확인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잠시 에어 칼린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짐을 빼서 데스크로 가서 기다리는데 잠시 후 그곳 직원이 전화를 받더니,

"맞잖아. 한국은 비자 필요하다고 확인받았어."

"정말 맞니? 노스(North) 코리아 아니고 사우스(South) 코리아야"

"응 그래. 필요하대. 네가 전화 한 번 받아볼래?"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믿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호주 이민국 직원에게 직접 들어야 했다.

"한국사람들 비자 정말 받아야 돼? 노스 아니고 사우스 코리아야."

나는 무슨 대단한 나라 사람인 양 사우스 코리아를 몇 번이나 외쳐 댔는지. 나의 무지함과 당당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맞아. 호주는 호주 국민들 빼고는 모든 사람들이 비자 받고 들어와야 돼."

"난 한 번도 그런 말 들어 본 적 없었는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하지?"

"걱정 마. 한국 사람들은 쉽게 비자 받을 수 있으니까. 20분이면 돼."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그나마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끌어내 준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메아리 쳤다.

‘20분이면 돼\~~’

전화를 끊고 데스크 직원에게 20분이면 된다는데 우리 비행기 탈 수 있냐고 물으니 다행히 그 정도 시간이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다시 한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비행기 출발시간은 오전 8시 30분. 비자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겨우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가 돼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ETA라고 하는 미국의 ESTA 같은 전자 비자 시스템이 있었다. 급행으로 50불을 추가로 내면 20분 안에 컨펌이 난다고 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가족 4명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하는 남편을 보니 웬만해서는 침착한 남편이지만 손을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청하고 나니 시간은 7시 40분이 넘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몇 번의 고비의 순간을 거쳐서 단단해졌는지, 예전 같으면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신경이 곤두서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아이들에게 삶은 달걀이나 까먹고 기다리자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

뉴칼레도니아는 국제공항이라 해도 김포공항 국내선 사이즈보다도 작다. 공항에 2시간 여유를 갖고 와도 충분할 것 같아서 오는 길에 좀 늦장을 부렸다. 중간에 남은 돈을 굳이 없앤다고 아침거리로 이것저것 고르며 흘려보낸 20분. 렌터카 반납하는 곳 찾느라 헤맨 10여 분. 이런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되고 나니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이제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40분.

우리의 여권을 가지고 비자 컨펌이 났는지, 실시간으로 너무도 적극적으로 확인해 주는 항공사 직원들을 보니 아까의 나의 행동이 더욱 부끄러워졌다.

드디어, 출발시간 30분을 남겨두고 남편을 제외한 우리 세 명의 비자가 컨펌이 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짐을 부치는 동안 남편은 여전히 대기 중이었다. 내일 만날지도 모르는 남편을 두고 시간 많이 걸리는 아이들과 먼저 검색대로 출발했다. 정말 다행히 게이트가 바로 코앞이라 도착하니 8시 15분쯤 되었고, 막 탑승을 시작하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보니 남편이 직원과 함께 검색대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휴. 됐구나.’ 남편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는지 계속 웃음만 났다. 뉴칼레도니아 공항이 아니었다면 절대 시간 안에 해낼 수 없었던 오늘의 기적.

자칫 징크스가 될까 봐 단정짓고 싶지 않지만, 참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이 계속 순조롭지가 않다. 너무 무계획으로 여행을 했나 보다.

어쨌든, 오늘의 기적은 에어칼린 덕분이다. 고맙다 에어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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