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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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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야기

마침내 여행의 시작을 앞둔 출국 전날밤, 건욱이가 잠자리에 설사를 하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아내와 나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응급실을 찾았고, 혹시라도 맹장염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일단 서둘러 엑스레이 검사와 피 검사를 받았다. 시간은 새벽 두 시경, 우린 새벽 4시 50분에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올라갈 예정이었기에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혹시라도 맹장염 진단이 나오면 여행 일정을 미루고 수술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조마조마했다. 현장의 의사 및 간호사들도 우리 상황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검사 결과가 서둘러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행히 검사결과 “엑스레이상 장이 다소 팽창하여 복통이 유발된 건 사실이나 피검사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와 염증수치는 정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일단 걱정했던 맹장염은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퇴원수속을 하고. 병원에서 곧장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중요한 도전 앞에는 사소한 시련이 따른다고. 보통 액땜이라고 말하는 게 그런거 아닌가? 하하.

아무튼 건욱이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우리가 여행을 예정대로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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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야기

여행 떠나기 하루 전.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언뜻 들으니 남편과 잠을 자던 건욱이가 잠자리에 응가를 한 것 같았다. 6살짜리가 ‘쉬’도 아니고 ‘응가’라니, 기가 차서 모르는 척 자려고 하는데 너무나 한참을 부스럭거리길래 나가보니 이불이며 화장실 가는 길이며 설사로 범벅이었다.

자정이 될 때까지 같이 정리하고, 건욱이 옆에 누웠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건욱이는 눈이 말똥말똥 깨어 있었고 계속 배가 아프다며 문질러 달라고 했다. 꾀병인가 싶어 요령껏 문지르고 있는데, 토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

인천공항행 버스는 새벽 4시50분.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얼마나 아픈 건지 평소 병원이라면 질색하는 건욱이도 선뜻 병원에 가자고 따라 나섰다.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의사 말로는 맹장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 결과가 한 시간 반 정도 뒤에는 나온다니, 불행 중 다행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오늘 떠날지 말지 결정할 수는 있겠다 싶었다.

피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엑스레이 결과를 먼저 볼 수 있었는데 의사는 장이 많이 팽창해 있어 안 아플 수가 없을 거라고 했다.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이다.”

최근 읽고 있는 류시화의 '시로 납치하다' 책 속에서 나온 글이다. 한동안 마음에 새기며 있었는데, 이건 마치 날 시험하는 듯한 상황이었다. 신이 내린 타이밍이라고나 할까.

건욱이가 고맙게도 이날은 큰 저항없이 채혈도 하고 수액도 맞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6년 인생 중 가장 큰 고비였을 텐데, 짠하면서도 참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난 그런 건욱이와 남편을 병원에 남기고, 결과가 좋을 것을 기대하며 여행 짐을 챙기러 혼자 친정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겼나 속상해하다가, 그래도 비행기 탈 수 있는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게 어디냐, 비행기 안에서 혹은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터지지 않은 게 어디냐, 스스로를 위안하고 나니 헛웃음이 났다.

나도 많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다행히 혈액 검사는 정상. 염증 수치나 백혈구 수치도 이상 없고, 건욱이는 신기하게도 언제 아팠냐는 듯 병원을 가볍게 걸어 나왔다.

나의 엄마, 아빠는 이런 우리 모습에 얼마나 불안한 마음으로 우리를 떠나 보냈을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친정에 온 것이 오히려 불안감만 더 키워주고가는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린, 이것을 우리 여행을 시기하는 악마의 소행으로 여기고 기분 좋게 인천공항 행 버스에 올랐다.

건욱이는 다시 신생아로 돌아간 것 마냥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잤고, 뉴질랜드 숙소에 도착해서도 무려 16시간이나 잠만 잤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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