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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 생활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엄마의 이야기

캠퍼밴 생활은 불편하다.

좁고, 춥다.

특히, 우리가 빌린 캠퍼밴은 더욱 그렇다.

렌터카 회사에서 처음 이 차를 봤을 때 우리 모두의 반응은 같았다.

“왜 이렇게 작아?”

건욱이마저 주차되어 있던 다른 커다란 캠퍼밴들을 보다가 우리 차가 나오니 우리 건 왜 이리 작냐며 실망해했다. 우리가 업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다른 차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인터넷 사진과 설명만 보고 예약하니 역시나 이렇다.

캠퍼밴은 거의 매일 덤프스테이션(Dump Station)을 찾아 오물을 버려야 하고, 차에 물도 채워 넣어야 한다. 밤에 잘 때는 침대로 만들고, 낮에 이동할 때는 그 침대를 접어 올려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로 만들어야 한다.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캠핑장(Powered site)에 가서 차를 충전시키지 않으면 차 안에서 전기도 쓸 수 없다. 그래서 추운 날씨임에도 그나마 있는 전기히터는 마음대로 켜고 잘 수도 없는 그림의 떡이다.

내가 너무나도 쉽게 누리던 물, 전기, 화장실 등등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 매일의 가장 큰 과제가 되어버렸다.

설거지하면서 물이 떨어질까 조바심 내고, 화장실 가는 게 일이라 깨끗한 화장실만 보면 급하지도 않은 볼일을 미리 보고, 어느 곳을 가든 근처에 핫(Hot)샤워가 되는 곳이 있는지 찾게 된다.

캠퍼밴 생활을 하면서는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행복을 느낀다. 뒤늦게 이게 웬 고생인가 싶어 우울할 때도 있지만, 캠퍼밴만이 주는 감동들을 생각하면 이 모든 불편함이 상쇄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트렁크 문을 열어 주는 남편 덕에 눈 호강,

잠결에도 눈앞에서 쌍무지개를 볼 수 있고,

설경이 보이는 멋진 호수 앞에서 또 하룻밤,

모닥불을 피우며 흥분한 우리,

처음으로 겨울바다에 몸 담근 그곳, Cable bay

햇살 따사로운 날에는 야외 아침식사를,

나무로 지은 집에서 나무 장난감으로 놀기,

멋진 일몰과 일출을 누워서도 볼 수 있고,

불빛 하나 없는 대자연 한 가운데에는 쏟아지는 별들과 은하수가 있고, 밖은 아이들의 놀잇감 천지.

어두운 밤 좁은 차 안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는다.

매 순간 우리는 함께 한다.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본문 사진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더 좋은 장소 혹은 더 맛있는 음식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일 것이다

어떠한 하루를 보낼지 더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오늘을 기꺼이 즐거워하자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다양하고 새로운 선택지들을

과감히 한번 실행해 보자

아마 그렇게 우린 더 밀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매일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메울 뿐이라면

아마 그 여러 날은 결국

단 하루와 다름없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