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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한 걸음에 모든 행복이 담겨있다 전체 본문을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독서본입니다.
지난 여행지 돌아보기
1 뉴질랜드는 여행 초기의 설렘이 함께했던 곳이다. 한편 캠핑카 여행이라는 생소한 체험이 좌충우돌하는 여행다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당시엔 금방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캠핑카에서 맞이했던 밤과 아침은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여행다운 순간을 안겨줬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매일 잠자리를 정함에 있어 즉흥성이 함께 했고, 낯선 자연과 시시때때로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장소에서 오롯이 우리만을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 난 오히려 호스텔과 같은 왁자지껄한 여행자의 공간을 그리워하기도 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쉽게 얻을 수 없는 보물 같은 시간이었다.
캠핑카 안 이불 속에 파묻혀 지새던 추운 밤들. 보온팩을 하나씩 껴안고는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책 읽어 달라고 조르던 우리 아이들. 밤늦은 시간, 차 문을 열고 나와 바라본 하늘의 별들. 아이들과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키위새를 찾아 숲속을 헤매던 순간. 새벽 일찍 차에서 빠져나와 아직 잠들어 있는 자연이 깨어나는 것을 함께하던 순간. 잠결에 차 안에서 듣는 세찬 빗소리. 떠오르는 좋았던 기억이 많다.
2 뉴칼레도니아는 우리가 휴양하겠다고 갔던 곳이다. 두 달간의 캠핑카 생활을 마치며 내가 마침내 우리 아내에게 편안한 휴양생활을 약속했던 여행지인데, 정작 그곳의 살인적인 물가를 깨닫고 나서는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다시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곳의 고요하고 맑은 바다. 물속을 가득 메우던 물고기와 아름다운 산호초. 다른 유명 관광지의 것과는 다른 매력으로 편안함을 주었던 바닷가의 호텔 쿠제. 바닷속에서의 처음으로 마주한 바다 거북이와의 순간. 이것들이 내 기억 속에서 뉴칼레도니아를 지울 수 없게 한다.
내가 다음에 또 남태평양 섬을 여행한다면 이곳에 다시 오게 될까. 물가를 생각한다면 쉽게 자신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내가 다시 오지 못할 곳이라 생각하니 이 여행의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3 호주. 건욱이에게 코알라와 캥거루를 보여주겠다고 갔던 곳. 사실상 남미에 가기 전 잠깐 들르는 차원의 여행지였는데 막상 2주의 짧은 시간을 여행하고 나니 부족한 시간이 아쉬웠던 곳이다. 어릴 적 3개월간 호주를 홀로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호주는 크고 많은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이다. 다음에 다시 여행을 오고 싶은 곳. 더 많은 동물과 자연을 체험하고 싶은 곳.
야생 캥거루와 웜뱃이 내 옆에서 태연하게 풀 뜯고 있는 것을 다시 보고 싶을 때, 건욱이가 이번에 미처 못 본 오리너구리를 보고 싶다고 조르게 된다면 아마 우리 가족은 다시 이곳에 와야 하지 않을까. 그때 아마 난 이곳의 아웃백 지역을 방문지 목록에 추가할 것이다. 그 황량한 자연풍경과 울룰루는 이번 가족여행에서 우리가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곳이니까. (아마 우리 아내는 별 관심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아마 건욱이는 다 필요 없고 동물이나 더 보러 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4 남미는 아마도 우리가 전체 여행지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을 것이다. 아내와 나 각자가 그 곳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있고, 우리나라에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그 곳의 문화적 특색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작이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우리 가족이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선 미안한 마음이 떠오른다. 처음 숙박했던 호스텔 Sol은 순전히 내 추억여행을 이유로 갔었지만 숙박환경이 열악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던 때에는 항공사 파업과 악천후 등의 원인으로 세 번이나 항공편 결항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 은인과 같았던 리카르도 김 사장님과 그 장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던 곳. 이 시간을 같이 소중히 대해준 우리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이번 남미여행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파타고니아였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멋대로 상상하고 기대했던 파타고니아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파타고니아에서의 트레킹이다.
5 멕시코 칸쿤은 마침내 우리가 휴양할 수 있었던 곳. (아내야, 공감하니)
카리브해의 바다는 아름다웠고 솔이는 마침내 수경을 쓰고 바닷속 물고기를 보며 나와 함께 수영할 수 있게 되었다. (뉴칼레도니아에서만 해도 솔이는 바닷속 물고기 보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리고 솔이가 튜브 없이 수영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건욱이는 아직 무서운가 보다.)
그리고 올인크루시브(all-inclusive)는 한번 경험으로 충분한 걸로.
6 마지막 여행지 미국. 자연의 스케일은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들 만큼 웅장했고 변화무쌍했으며 또 황량했다. 미국 서부 국립공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자연을 느끼고 싶었지만 우리의 현실은 바쁜 일정과 먼 이동거리라는 제약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기 힘들었다. 사실 고작 5개월의 일정으로 여기까지 다녀온 것만 해도 이미 타이트한 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고생한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 힘들게 다그쳐 애들을 끌고 트레킹을 다닐 수가 없어, 아내의 양해를 구해 홀로 트레킹 다녀올 시간을 잠깐씩 만들거나, 차로 이동하며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거나 짧은 트레일 위주로 애들과 걸어보는 식으로 여행했다. 모든 곳이 다 좋았지만, 모뉴먼트밸리, 아치스, 브라이스캐년은 다시 돌아가 더 긴 시간을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특히 아치스국립공원의 Devil’s garden은 일주일 내내 탐험하며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리고 먼 타국에서 만난 친척, 승연 누나와 매형, 경림이, 기홍이, 기욱이. 반가웠고 기억에 남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마무리. 우리 다음 여행은 언제 가지?